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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21 11:47

[기타] 적당히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다.

글쓴이 : 킹왕짱

적당히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다.

-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그린비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김문태, 뜨인돌어린이 -

참 많이 안다구요?
아이들은 글을 대충 씁니다. 대충 느끼기 때문은 아닙니다.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라서 적당히 씁니다. 무엇을 하든 ‘참 많이’ 느낍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참 많이’ 느낍니다. ‘진짜 참 많이’를 표현해 내기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글을 쓸 때 저는 벼랑 끝으로 밀어붙입니다. 생각을 끝까지 내몰면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왜? 왜? 이걸 서너 차례 물어보면 아이가 당황합니다. 적당히 대답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자꾸 물어보니 대답을 못합니다. 정말 자기 생각이 아니라면 대답을 포기합니다. 적당히 아는 건 진짜 아는 게 아닙니다.
동해 삼척 행복수업 모임에서 책 <완전한 진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윈주의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너무 모른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성경도 모르고 다윈주의도 너무 모릅니다.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아는 게 아닙니다. 그게 다윈의 진화론이건 복음이건 대충 알면 더 위험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몇 가지를 알면서 ‘참 많이’ 안다고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뿌리는 절대로 볼 수 없습니다. 적당히 알기 때문에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겁니다. 다윈주의를 이루는 철학적 기초를 공격할 능력도 없고 제대로 된 성경적 세계관을 말할 능력도 없습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각조각은 알지만, 설교를 들어도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우린 모릅니다. 전체를 보는 눈,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완전함을 추구해야 합니다.
같은 공동체에서 꾸준히 만나는 사람을 ‘참 많이’ 아십니까? 끝까지 밀어붙여 보셨나요? 감정의 극한을 본다면 우리가 서로를 정말 ‘참 많이’ 알지 못한다고 고백할 겁니다. 겉으로 적당히 포장해서 보여 주는 모습은 진짜 아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우린 서로를 대충 알고 성경도 대충 알고 하나님도 대충 알면서, 내가 얼마나 아는지 모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매에 매달려 뿌리를 잊다.
공립학교 교사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회 교사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뉴스에서 내뱉는 교육 현상을 보며 공부를 왜 하는가에 대한 세상의 대답을 이렇게 내립니다.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거긴 왜 가죠? “좋은 직장 얻고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
전교생 10명도 안 되는 시골 분교에 있는 아이도 10억 벌기가 꿈이랍니다. 벌어서 뭐 하느냐는 말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답니다.
꾸준히 우리 내면생활에 쳐들어온 풍조가 이젠 주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방송은 하루 종일, 보여지는 모습이 네 자신이라고 외칩니다. 가장 많이 갖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외칩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은 모두 이 생각의 하수인들이죠. 공부는 수단이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완전한 진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따지고 들면 백 년도 안 되었습니다. 우리는 내면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외면을 우상으로 높였습니다. 나를 표현하는 힘은 외면이 아니라는 걸 모릅니다. 내 삶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은 없으면서 거울을 보며 만족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뿌리가 없습니다. 적당히 알고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다니지만 학문은 하지 않고, 교회는 다니지만 말씀은 모릅니다. 기도는 하지만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는 빼놓지요. 공부는 좋은 조건을 위해 잠시 딛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뿌리까지 내려가지 못합니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좋은 조건과 상관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미숙 님은 <연구 공간 수유+너머>에서 공부에 미친 사람들과 배우는 분입니다. 전공과 상관없이 고전 문학에 빠져 평생 공부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고미숙 님은 책이 진짜 공부라고 말합니다. 책을 말하자니 배워야 할 내용과 문제 풀이에 절어 버린 학교 교육을 걱정합니다. 6-3-3으로 이어지는 구분이 공부의 길을 만들어 학번 공화국을 양산합니다.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고 스승을 만나는 서당이 아니라, 같은 나이라는 이유로 함께 모아 놓고 칠판만 보게 하는 학교의 폐해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폐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전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암송하고 구술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말합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
이 책 역시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이 정말 인간이 되는 발전과 진화를 이야기합니다. 불경과 뇌과학을 공부하는 이야기는 있지만 성경 이야기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은 아예 없고 사람의 능력만 말합니다.
하지만 이분을 보면서 도전받았습니다. 저는 책을 비판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주로 내게 도움을 주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 책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을(비결이라는 말이 이 책에는 정말 안 어울리네요) 책에서 찾으라는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책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자신을 알아 가고 이웃을 알아 가자고 합니다. 좋은 교사가 하나님과 교육과 학생을 이 정도로 공부한다면 세상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
우리에게 이만한 열정이 있습니까? 성경을 한 번도 읽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점점 많아집니다. 교회에서 저마다 다른 하나님을 믿으면서 갈등을 일으킵니다. 성경에서 근거를 댈 수도 없고 정확하게 하나님 말씀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얕습니다. 고미숙 님의 책 내용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님 중심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문제를 비난하느라 그들의 열정조차 무시합니다. 그들의 반만큼도 공부하지 않습니다. 성경조차 보지 않습니다. 최소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라면 성경 읽고 하나님을 알아 가는 노력은 해야지요. 하지만 성경 안 읽는 그리스도인이 더 많아 보입니다. 성경 몇 번 읽었는지는 중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주로 성경을 거의 안 읽는 사람이 합니다. 그래서 문제죠.
책을 읽고 치열하게 공부하는 공동체가 우리 안에도 있어야 합니다. 쉐퍼는 학문으로 기독교를 변증했습니다. 치열하게 논쟁해서 굴복시킬 내공이 있었습니다. 코넬리우스 반틸은 철학계를 뒤집었습니다. 우린 교사, 가르치는 스승이죠.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배움의 열정이 나를 통해 전해져야 하는데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나요? 교재 연구란 가르칠 내용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를 연구하는 것만입니까?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은 또 어떻게 전합니까? 지금은 행복수업 모임에서 <완전한 진리>를 공부하며 이런 공동체를 꿈꿉니다. 좀 더 깊이 공부하고 깊이 말씀을 보고 아이들 앞에서 뿌리를 드러낼 수 있는 교사가 되려고 함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조할 때 꼭 김득신을 말합니다. 김득신은 머리가 너무 나빠 계속 잊어버립니다. 백이전을 11만 3천 번이나 읽고도 누군가 백이전 읽는 소리를 들으며 ‘저거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뭐지?’ 합니다. 하인조차 하도 들어 다 외우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그는 책을 읽습니다. 완전히 아는 게 아니니까요. 만 번 이상 읽은 책만 36편이나 됩니다. 김득신의 우둔함을 걱정하는 이웃에게 김득신의 아버지는 ‘머리의 우둔함을 능가하는 노력의 우둔함’을 말했습니다. 완전히 통달할 때까지 읽고 또 읽었습니다. 골똘히 생각하느라 양념장 없이 상추만 먹어도 몰랐고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시의 대구가 생각나서 아버지 제사에 술을 올리다가 자기가 마셔 버립니다. 우둔하지만 미쳐 버린 사람입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은 아동 도서입니다. 김득신, 세종대왕, 나폴레옹 등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적당히 아는 건 진짜 앎이 아니란 걸 보여 줍니다.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자는 말이 아닙니다. 성경을 적당히 보고 공동체에서 서로를 적당히 알고 적당히 기도하고 적당히 가르치지 맙시다. 끝까지 파고들고 완전하게 설명합시다. 죽기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에겐 ‘적당히’가 없었습니다. 좋은 교사라면 뿌리를 파고들어 끈질기게 근원을 찾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