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12-13 15:35
새가정 11월호 '학교를 생각하다' - 넥타 실무간사 진원빈전도사
 글쓴이 : 넥타
조회 : 32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12년 동안이나 꾸준하게 거쳐 가는 장소가 있다. 바로 학교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우리나라의 어린 친구들은 오랜 기간 많은 친구들과 많은 선생님들을 만난다. 이러한 사실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 삶의 상당부분이 학교와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곳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것들이 궁금하여 현재 사역하고 있는 학교와 교회의 청소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지루해요.”
 “학교는 어떤 곳 같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한 답변이다. 설문조사에서도 50%의 학생들이 학교를 가는 것이 즐겁냐는 문항에 B(보통)으로 답했다. 그런 평가를 한 이면에는 학교생활이 아주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좋은 인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1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필자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 지난 12년 동안 세상은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하였는데, 계속해서 발전하고 개선되었어야 할‘학교’라는 곳은 어째서 지금도 지루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학교가 오랫동안 청소년들로 하여금 ‘지루한 곳’으로 인식된 데에는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입시위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가 아무래도 ‘대학교에 들어가야 정상적인 사회인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자신의 진정한 꿈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학교의 어떤 과를 갈 것인가를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학교는 입시를 위한 점수를 따는 곳이 되어가고, 세월이 지나며 그것이 더욱 강하게 고착된 것이다. 하나의 예로, 필자는 청소년 학원선교단체 ‘넥타’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학교에 직접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나 진로수업을 하면서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그렇게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수업시간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데, 어떤 것을 하는지 둘러보면 대부분 학원 숙제를 하는 데에 바쁘다. 이는 심지어 중1, 중2 청소년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학원에서는 어떤 숙제를 내 주는가? 바로 선행학습에 대한 숙제이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이 학생들은 미리 배워온다. 따라서 학교 수업에는 그다지 집중하고 싶지 않게 되고, 청소년들은 그저 자신의 진로, 그중에서도 입시와 관련된 내용만을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이런 생각이 더욱 심해진다. 고등학교에서는 이 진로(학과)라는 것이 학과 이름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에, 진로수업을 들어도 더욱 감흥이 없다. 자신은 이미 진로(학과)를 정했는데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으라는 진로수업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은 수업시간에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태도로 드러나게 된다. 특성화고도 마찬가지이다. 2학기때 수업을 들어가게 되면 반 인원의 절반 정도가 이미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었거나 면접 준비중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언제 가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학교에서 하는 것들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필요할까?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내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빠른 하교’라고 답하거나, ‘수행평가 점수 잘 주는 학교’, ‘시험이 쉬운 학교’와 같이 학교의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의 비중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학원을 한 곳 이상 다니고 있으며, 그 곳에서 친구들도 만난다. 그 곳에서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쌓고, 그들 나름대로의 사회생활도 하면서 즐겁게 지낸다. 그래도 수업은 학교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요즘은 학교에서 중학생들에게 일명 ‘디벗’(수업용 개인 태블릿PC)를 하나씩 나눠주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아이들의 수업 참여를 이끌어낸다. 다 함께 디벗을 꺼내 들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사이트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함께 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이렇듯 교육 방법 자체는 늘 개선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중학생들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그런 다양한 툴(Tool)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수업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면서 결국 사교육에 집중하게 되고, 학교에서 가르침 받는 것들이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다. 학교에서 기록해주는 생활기록부와, 내신 성적, 수행평가 등은 학교에서만 쌓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과 비례하면 그 시간이 알차게 느껴지지 않고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적어도 ‘배움을 위해’ 학교로 오는 것은 옛날보다 그 의미가 희미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예로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공부나 입시 준비뿐만이 아니었다. 학교는 그 거치는 시간이 긴 만큼 인성도 가르침 받는 곳이 아니었던가. 물론 필자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부당한 체벌도 당하고 그 체벌의 강도도 꽤나 강했지만, 그와 동시에 학생들을 진심으로 가르치려는 선생님들도 많았고 고마운 분들도 많았다. 현재는 그러한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과도한 체벌을 받는 일은 이제 학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이제 학교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에 대해 문의해볼 수 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태도로 교육하거나 수직적인 소통을 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진정한 교육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 최근 서이초 사건을 시작으로 드러나지 않던 학교의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학교 밖에 있는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과도한 민원이 발생하게 되며, 이에 따라 작은 민원에도 교사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학교와 교사는 더 이상 전인적인 교육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고, 잘못을 한 아이를 참된 길로 이끌어주고 싶더라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설사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부모님이 알게 되었다 해도, 도리어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다’라는 주장을 하게 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니 누구라도 적극적인 교육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사들 중에는 교육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직무수행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는 이들도 생기게 된다. 이 순간 필자의 눈은 괜시리 하늘을 향한다. 하나님께 이러한 일들에 대해 묻고 싶기 때문이다. 사역을 하며 만났던 많은 기독교사들은 현 세태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아주고 기도제목을 나눠 주었다. 모든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어려운 분위기 가운데서도 기독교사들은 꾸준히 학교의 문을 열어 선교의 장을 마련해 주었고, 아이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주는 ‘좋은 어른’이 되어 주었다. 강한 태도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변화될 수 있게 좋은 어른의 본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문제에 대해 많은 이유를 들어 따지기보다, 기도로 물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실제로 코로나시기를 지나오면서 교사 신우회도 많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예수님도 중풍병자의 믿음이 아니라 중풍병자를 데려온 친구들의 믿음을 보고 치유를 시작하셨다는데, 우리 또한 서로의 어려움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하나님께 해답을 구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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