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소년 전도는 한국 교회의 미래입니다

김선일 웨스터민스터신한대학원대학교 전도학 교수

청소년 전도의 과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맹점과 연관되어 있다. 청소년 전도는 단순히 교회 출석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학원과 사교육 시스템의 틈새를 공략해서 중고등부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정상 궤도를 벗어난 삶을 강요받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복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복음 안에서 어떤 희망과 위로를 발견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청소년 전도의 과제다. 따라서 청소년들을 위한 복음전도는 구원자이시고,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에 집중하는 사역이어야 한다.

청소년에게 효과적인 접근을 평가할 수 있는 3가지 고려사항을 일반적인 전도의 원리로부터 발췌할 수 있다. 그것은 ① 성육신적 현장 참여, ② 이야기로서의 복음제시, ③ 신앙 공동체의 비중이다. 이러한 3가지 고려사항을 토대로 한국 교회에서 청소년 전도를 선도하는 세 단체인, 한국 YFC(Youth For Christ), 브리지 임팩트 사역원(Bridge Impact Ministry), 넥타선교회(NEtwork for Christian TeenAgers' Revival)의 전도 사역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육신적 전도(Incarnational Evangelism)

근래 전도가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여러 가지 원인 분석들을 하지만, 필자는 가장 큰 원인을 이웃관계의 단절에서 찾는다. 과거 우리의 삶은 자연스럽고 우발적인 이웃관계망 속에서 살았다. 구태여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가 살아가는 방식과 삶의 소소한 변화들까지 일상적으로 공유되었다. 누군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 주변의 이웃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기독교 신앙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며 어떠한 순간에 교회에 오는 계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전도의 기동력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원동력 자체가 약화된 것이 주요한 문제다.

전도는 기본적으로 가는 것이다(마 28:19). 또한 관계와 문화, 지역의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다(행1:8). 교회는 보냄을 받은 자들의 공동체다. 가톨릭에서 예배를 가리키는 미사(mass)는 선교적 보냄(mission)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의 보내심을 받아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그의 구원 사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천상에서 초능력을 발휘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성육신하신 주께서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신다. 전도는 사명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존재 양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갈 곳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더군다나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서 사람의 취향이나 성향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청소년 전도 단체들은 반문화적인 성육신적 실천을 사역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세 단체 모두 청소년들이 모이는 학교, 학원으로 가고 있다. 학교의 CA 시간에 적극적으로 둥지를 트려 하고 있으며, 학교 등하교 길과 학원에서 나오는 길목으로 가고 있다. 이는 교회로 하여금 청소년 사역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교회에 앉아서 청소년들에게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성육신적 사역이다. 이들의 일은 ‘접촉 사역’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접촉으로부터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신뢰감을 느끼는 안전한 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간다는 것은 지리적, 공간적 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간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종종 전도하기 위해 삶의 현장으로 열심히 달려가서는 기독교 하위문화(subculture)를 매개체로 삼는 경우가 많다. 기독교 하위문화란 신앙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그리스도인들만의 특정 관습을 말한다. 예를 들어, CCM(예배 찬송이 아님)을 부르거나 성구가 적힌 티슈나 열쇠고리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청소년 문화 속으로 복음을 들고 가면서 기독교 하위문화를 고집하게 되면 사실 복음과 문화의 소통을 포기하는 꼴이 된다. 브리지 임팩트 사역원은 한국의 청소년 문화 속에서 성육신적 전도를 구현하는 씨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청소년들의 하교 길로 간다. 교회를 소개하거나 예수를 믿으라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년들을 섬기기 위해서 간다. 인근 식당을 빌려서 식사 한 끼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낸다. 밤늦은 시간에 학원을 끝내고 무거운 걸음으로 귀가하는 청소년들에게 떡볶이를 사주며 위로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교회에 오라고 재촉하기 전에, 청소년 사역자가 먼저 청소년들의 용기와 격려가 필요한 삶의 그 지점으로 가는 사역이다.

스토리텔링으로서의 복음제시

복음을 청소년들이이해하기 쉽도록 그들만의 문화로 풀어주는 일 또한 성육신적 사역의 일환이다. 예수께서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늘 경험하는 일상의 소재들을 가르침을 위한 비유로 늘 사용하셨다. 복음이 단지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명제가 아니라, 생동감 있는 언어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 YFC는 이 점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틴투틴(Teen to Teen)’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3개의 이야기를 나누는 상호 관계적 복음제시인데, ‘그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하나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을 가리켜 ‘포스트모던 시대’라고 부른다. 포스트모던시대에서 도드라지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권위적 가르침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이들에게 더욱 잘 나타나는데,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외적 권위를 지난 자의 발언보다는 주변부 이야기가 더욱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청소년들은 목사나 교사의 정련된 복음 제시보다는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또래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더욱 마음을 열기 쉽다. YFC의 스토리 전도는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줌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전도를 무엇보다도 선포하는 것, 또는 설득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이런 경우, 복음 제시는 이미 정해진 대본을 외워서 낭송하는 일이 되어 버리고, 청소년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외면할 수 있다. 누가복음 24장을 보면, 예수께서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길에 동행하셔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물으셨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셨다. 그리고 나서 메시아에 대한 그들의 오해를 지적하시고 고쳐주셨다. YFC의 스토리 전도는 먼저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러나 인간의 이야기만을 대책 없이 나열하지 않는다. 인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나님의 이야기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한다.

스토리 전도는 신선한 복음 제시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대본, 독백 전도에 비해서 더욱 자연스럽고, 진솔하며, 창의적인 접근을 요청한다. 이러한 새로움이 장점인 동시에 현실적으로 정착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습속이 장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인간의 본성이다. 다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게 된다. 스토리 전도가 일률적인 복음 제시의 관행을 변화시키며, 더욱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증인의 삶에 헌신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힘겨운 과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분명 값질 것이다.

신앙 공동체의 지원

현대 사회는 점점 더 최대공간과 최소공간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최대공간이란 백화점이나 터미널, 공항과 같이 익명의 대중들이 서로 무관하게 모이는 곳이다. 반대로 최소공간이란 혼자서만 지내는 공간인 고시원, PC방 등을 의미한다. 최대공간과 최소공간의 사이가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내면에 더 큰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현대인들, 특히 청소년들은 갈수록 최소공간에 갇혀 있다. 어른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풍성한 인간관계 속에서 배우지 못하고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고 만다. 청소년 시기에 또래들과의 관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시기는 자신의 인생과 주변 세계를 통합하기 시작하는 때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성인의 비중도 매우 중요하다. 오히려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하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소속감과 역할을 재발견해야 할 때다. 청소년 전도도 전체 회중과의 우호적이 연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넥타 선교회의 시작과 활동은 이러한 관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교회의 담임 목사들에게 연합 청소년 사역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를 초교파적인 청소년 선교 단체로 구현하게 된 것이다. 넥타 선교회의 모델은 청소년 전도를 위한 탁월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사역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 전도는 자기 기관의 확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중대한 과도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복음의 빛을 비추는 절박한 사역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역 교회의 현실적 유익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위하여 긴 호흡의 선교적 자세로 헌신해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청소년을 전도하는 일도 양육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넥타 선교회의 복음 제시는 교리와 생활을 8회에 걸쳐서 다루게 되어 있다. 인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이 시기에, 성경으로 신앙의 틀을 잡고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일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복음전도는 단회적 결단이나 자극적 체험에 만족하기보다, 신앙이 형성되는 양육적 관계를 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한 책임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청소년 전도를 전문으로 하는 세 단체 대표들과 좌담 및 세 단체들의 전도 자료를 검토하면서 두 가지 느낌을 받았는데, 하나는 청소년 전도가 시의성있게 탄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청소년 전도에 있어서 지역 교회들의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과 대면하고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는 일은 과거의 관습적 행태에 머무르는 정주(停住)적 양상을 취할 수 없다. 늘 경계선상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탈주적 양상을 띠는 게 필연적이다.

따라서 청소년 사역 단체들은 복음전도의 최전선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역은 단체의 자기 확장이 목표가 아니라 청소년들을 교회로 연결시키는데 궁극적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교회들이 이러한 청소년 전도 단체들과 연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한국 교회와 오랜 긴장을 야기했던 대학생 선교단체들이 참고해야 할 모습이다. 필자는 이번 평가만큼은 청소년 전도 단체들의 전략을 비평하기 보다는, 오히려 청소년 전도의 우선성을 환기하는데 목적을 두고 싶다. 오늘의 청소년 전도는 미래의 한국 교회 전도를 앞서 보여주기 때문이다.